[앵커]
어르신들이 암보다 무섭다는 질병, '머리 속의 지우개'로 불리는 치매입니다.
최근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치매를 겪는 환자도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신약이 속속 개발되면서, 난치병으로 여겨졌던 치매를 정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다, 김태림 기자입니다.
[기자]
볼링장에서 멋지게 스트라이크를 선보이는 남성,
[임상시험 참가자 아내]
"모두가 박수를 치는데 태연한 척하는 거예요. '나 하는 거 봤지?' 이런 느낌으로."
[짐 / 임상시험 참가자]
"어려운 일 아니잖아요."
치매 진단을 받아 치료제 임상 시험에 참여한 남성입니다.
평범하게 일상 생활을 하는 듯 하지만 치료제 투약 전에는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임상시험 참가자 짐의 아내]
"(치매 진단) 당시 단어를 발음하는 것도, 딱 맞는 단어를 생각해 내는 것도 어려워했어요. 심지어 '나 대화를 못 하겠어'라고 말했죠."
1700여 명을 대상으로 임상한 결과 치료제 '도나네맙'이 알츠하이머 진행을 35% 늦춘다고 개발 제약사는 밝혔습니다.
역대 최고 성과로 미 식품의약국 FD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레켐비'는 사상 처음 치매치료제의 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병 진행을 27% 정도 늦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고든 / '레켐비' 임상 참가자]
"저는 발전하고 있어요. 매일 아침 일어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러 갑니다. 저는 매우 활동적이고, 골프도 치고 있습니다."
치매 극복에 한 걸음 다가선 두 치료제의 원리는 비슷합니다.
알츠하이머의 원인은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이기 때문으로 분석되는데
이 신약들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데 효능이 있다는 평가입니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학술지]
"아밀로이드 제거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속도를 가장 늦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지난 1907년 처음 발견된 알츠하이머병은 1980년에서야 원인 물질이 특정됐습니다.
세계적 제약사들이 실패를 거듭한 뒤 116년 만에 등장한 치료제들입니다.
다만, 한계는 있습니다.
임상 결과, 뇌부종 등 부작용이 보고됐고 연 3000만 원이 넘는 약값이 부담입니다.
또, 초기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어 완전히 치료보다는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정도입니다.
[왕성민 /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물질을 직접 제거하는 약이 나왔다는 것에서 좀 획기적입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진행을 멈추거나 혹은 더 뒤로 돌아가는 되돌아가는 그것을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그런 작용은 현재는 없습니다."
전 세계 치매 환자 수는 인구 고령화 속에 빠르게 늘어 2050년 1억 3900만 명으로 예측됩니다.
지난 6월 레켐비는 국내 식약처에도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고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신약 개발에 나서 치매 정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다, 김태림입니다.
영상편집 : 방성재
김태림 기자 goblyn_mik@ichannela.com